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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클레멘스 박사(John D. CLEMENS) "글로벌 초대석 : 세계백신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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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초대석 :  세계백신전문가 존 클레멘스 박사(John D. CLEMENS)

코로나19는 1년 반이라는 인류의 시간을 정지시켰다. 질병 역사상 가장 빠른 대처로 이제는 세계 각국 에 백신이 보급되고 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을 통해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고 일생을 백신 연구에 몰두해 온 존 클레멘스 박사(John D. CLEMENS).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초대소장을 지내고 지금은 국제설사병연구소(ICDDR)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에게서 코로나19의 향방과 인류의 대 유행병 대처에 대한 지혜를 구해 본다.

진행 세이브더칠드런 오준 이사장  정리 이지영 기자  사진 김성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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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조! 바이러스 이기는 힘

방글라데시에 본부를 둔 국제설사병연구소(ICDDR : International Centre for Diarrhoeal Diseas Research, Bangladeshi) 소장이신데 한국에 와 계십니다. 업무는 재택근무인가요?

작년 3월부터 방글라데시의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져서 가족이 있는 한국에 와서 재택근무를 하 면서 줌(zoom) 같은 원격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여 국제설사병연구소의 업무를 계속 보고 있 습니다. 매일 몇 시간씩 직원들과 화상회의로 지침을 주면 현지에 남아있는 간부들이 헌신적으로 일을 하고 있어서 연구소 자체는 잘 운영되고 있는 편입니다.

미국의 명문대학인 스탠포드 대학 학부와 예일대 의대를 졸업하셨는데, 어떤 학생이었는지?

아시다시피 미국은 의과대학이 학부에서부터 의과를 전공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 과정처럼 의 과를 전공하게 되어있어요. 그 덕분에 저도 스탠포드대학 학부를 다닐 때 전공은 생물학이지만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문학이나 역사 같은 강의를 많이 들었던 탐구 정신이 강한 학생이었습 니다.

백신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인데 많은 분야 중에 백신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의과대학을 다닐 때부터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학을 학문적으로 연 구하는데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예일대학에서 의사가 된 후에 연구원으로 2년간 활동하였는데 그때 《The Lancet》이라는 의학 잡지에 실린 인도에서 BCG(결핵백신)를 접종하는데 문제가 생 겼다는 연구논문을 보았습니다. 그때부터 백신에 관심을 두고 BCG의 효능에 대해서 처음으로 연구논문을 썼는데 그게 미국의학협회저널에 게재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백신 연구의 분야에 매진하게 되었죠.

한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 구소(IVI)의 창립 소장으로 10년간 근무하셨습니 다. IVI는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인가요?

1990년대 중반 UNDP(유엔개발계획)는 전 세계의 아동들을 위한 공익목적의 백신연구개발기구가 필 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특히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그런 기구가 설치되면 좋겠다는 견해를 내놓았습니 다. 그때 한국과 중국이 유치하려고 지원했는데, 한 국 정부가 성공적인 기구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 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강조를 했고, 그 결과 국 제백신연구소(IVI)가 한국에 유치될 수 있었습니다. IVI는 개도국에 필요한 백신 보급을 위해서 백신을 연구, 개발할 뿐만 아니라 이미 개발된 백신이 제대 로 보급될 수 있도록 하는 공익적인 활동을 하고 있 습니다.

IVI 소장 시절 많은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 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추진사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1999년부터 2011년까지 IVI에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성과는 ‘경구콜레라백신’을 개발한 것입니다. 사실 이 연구는 1980년대부터 저의 일생의 가장 중요한 의학 적 프로젝트로 진행해온 것이었는데요. 다행히 12년 간의 IVI 소장 재직 중에 안전하고 효과가 높은 ‘경 구콜레라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고, 이것이 전 세계 콜레라 퇴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중요 한 의학적 쾌거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지요.

UCLA 국제감염병연구소장, 국제설사병 연구 소장을 역임하면서 ‘알버트 사빈 금메달(Albert B. Sabin Gold Medal)’, ‘프린스 마히돌상(Prince Mahidol Award)’ 등 권위 있는 상을 많이 받으셨 습니다.
알버트 사빈 금메달은 백신 연구 분야에서 가장 권 위 있는 상인데, 냉전 당시 구소련과의 백신 외교를 통해 경구 소아마비 백신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알버트 사빈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4년부터 매년 시상되고 있는 상이죠. 저는 이 상을 2010년에 받았습니다. 그리고 프린스 마히 돌상은 태국 내에서 빈곤층에게 의료혜택을 주기 위해서 평생 노력했던 태국의 마히돌 왕자를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상인 데요. 하버드 의대를 나온 의사이기도 한 마히돌 왕 자는 젊은 나이에 질병으로 돌아가시긴 했지만, 태국 에서 큰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의 학연구는 개인이 한다기보다는 팀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이런 상을 받은 것은 저와 함께 연구한 동료들의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끄는 국제설사병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국제설사병연구소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1980년 대에 연구원으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후에 제 평생 의 과제가 된 경구콜레라백신 연구도 그때 시작한 것 입니다. 그리고 2013년부터 현재까지는 소장으로 재 직 중입니다. 1960년대 초반에 설사병 연구와 퇴치를 위해서 미국 정부가 방글라데시에 만든 연구소로 그 후 국제기구가 되었습니다. 설사병은 콜레라를 포함 해서 아직도 전 세계 아동의 중요한 사망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설사병연구소의 가장 큰 업적은 경구 재수화용액(ORS : oral rehydration solution)을 발 명한 것입니다.

콜레라 환자가 사망하는 이유는 탈수 때문인데요. 콜레라 환자는 탈수를 막기 위해서 물을 마셔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ORS 라는 콜레라 치료 법을 개발해서 큰 효과를 본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 고 할 수 있습니다. 유니세프(UNICEF)는 ORS가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5천만 명의 어린이를 구했다고 평가를 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조만간 국제설사병 연구소 소장에서 은퇴할 예정입니다.


빌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자문위원 역할을 하시는 등 재단과 긴밀히 일하시 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인연이신지요?

빌게이츠재단은 백신 분야의 국제적인 후원 활동을 가장 많이 합니다. 재단 자체가 IVI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했기 때문에 제가 초대 소장을 맡을 당시 IVI를 후원한 것이 재단 측에도 최초의 후원 사업이었습다. 현재 빌게이츠재단은 국제적으로 공공의료 분야 에 가장 중요한 후원을 해주고 있는 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인 류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코로나19는 코로나 바이러스 중의 하나가 일으키는 질병입니다.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 스인데 인간과 동물을 공통으로 감염시킬 수 있습니 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언뜻 보기에는 독 감 같지만, 독감보다 더 쉽게 전염되고 호흡기뿐만 아 니라 신체의 다른 부분 심지어 두뇌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광범위한 감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특히 위험 한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원래는 박쥐의 몸속에 있었는데 사람에게 전염이 되면서 이 런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사실 그전에도 사스나 메르 스처럼 동물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 되면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있습니다. 사스도 역시 박쥐에게 시작되었고 메르스는 낙타에게서 시작되어 사람에게 감염된 경우였죠. 인류가 코로나19를 극복 할 수 있었느냐고 물으셨는데, 한 마디로 답을 한다면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현재 한국 처럼 방역 조치를 잘하거나, 또한 백신 접종을 통해 서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는 있죠. 그러나 결국은 코로나19가 지금보다 전염력이 악하고 독성도 약한 그런 변종으로 남아있게 될 거라고 저는 봅니 다. 사실 그러한 변이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또 앞 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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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습니다. 대규모 백신 접종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어떤 조처를 해야 할까요?
백신 접종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취약계 층의 보호입니다. 여태까지 코로나19의 사망률을 보 면 고령층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음을 확실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우선 고령층을 대상으로 집중 접종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고령층이 백신을 맞는다고 해 서 유행이 차단되는 것이 아니어서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도록 해야 합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금부터 앞으로 중요한 과제 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은 최대한 많은 양의 백신을 확보해서 누구나 백 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리고 백신 접종은 기본적으로 자발적인 접종이기 때 문에 인구 대부분이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하 므로 투명한 의사소통과 홍보를 통해서 많은 사람이 백신을 신뢰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보건의료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공조가 더욱 절실 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국 제사회가 협력할 수 있을까요?
백신 개발의 역사를 보면 국제적인 공조가 매우 중 요했습니다. 앞서 말한 알버트 사빈 금메달로 기리고 있는 미국의 백신 학자 알버트 사빈이 소아마비 백신 을 개발할 때도 당시 소련이 미국과 대립 관계에 있 었음에도 소련 과학자들과 국민이 협조했기 때문에 신속하게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 좋 은 예죠.

또 오늘날에도 분쟁국들이 백신 접종을 위 해서 휴전을 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지 금 코로나19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백신에 비 해서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 국 가들이 실제로 필요한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사 재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국제적인 협조를 위해 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도상국과 가장 많이 공유하고 있는 국가 가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선진국들이 이런 점은 배워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좀 더 적극적인 국제 공조 태도를 보 이고 있어 다행입니다. 또한, 개발도상국에도 백신이 보급될 수 있도록 국제 공조체제로 만든 것이 코백스 (COVAX)입니다. 선진국들이 자금을 부담해서 개발 도상국에도 백신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코백스에 40억 달러를 후원하 기로 하였고, 덕분에 아프리카의 가나 같은 나라에도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바이러스와 감염병들을 겪어 오면서 때 로는 인간의 무기력함을 느낄 때도 있을 것 같 은데 이에 대처하는 인간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 까요?
이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인류가 위기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힘을 합 쳐 대응하고 극복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코로 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은 인류 역사상 어떤 질병에 대한 대처보다도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는데, 미국에 서는 이를 ‘초고속 대응 작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동안 과학과 의학이 발전해서 백신 개발 속도가 빨라 졌다는 것, 또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서 이 상황을 해 결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도 기여했죠.

인간의 의지와 과학의 발전이 결합한 좋은 예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대 유행병이 더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 만, 인간이 이런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데 대해서 스스로 신뢰감을 갖고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미국에서 의사로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데도, 개도국 등 어려운 환경에서 세계 공중보건을 위 한 삶을 선택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 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질문을 가끔 받는데요. 과학과 의학이 인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 하는 과제에 의미를 부여하고 집중해 온 저 같은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질문입니다. 개발도 상국의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다거나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제 삶에 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과학과 의학을 통해 인간의 삶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이고, 그 목적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험지에서의 생활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고향을 떠나서 타국에서 외로울 때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저는 타국에서 오래 생활했지만, 특별히 외롭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어디에 있든 간에 늘 친구 가 있고 특히 한국에 12년 근무하면서는 지금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는 오준 이사장 같은 분들을 만나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오준 이사장이 외교부 국 장일 때 IVI의 당연직 이사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그 후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가 되었죠. 또한, 한국에 서 저의 사랑하는 아내 최선희 씨를 만났습니다. 그 래서 한국에서의 인연을 가장 소중히 생각하고 있습 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지요?
앞으로 국제설사병연구소를 떠나더라도 전 세계의 공중보건을 위해서 계속 활동을 하고 싶고 어느 나 라에 있든지 그동안에 해왔던 백신 학자, 의사로서의 본연의 사명감에 부합하는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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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클레멘스(John D. CLEMENS) 박사는"
스탠포드대학, 예일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국 제설사병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전 국제백신연 구소(IVI) 초대 소장이면서 미국 UCLA 세계감염 병연구소장, 미국 전염병학회 이사와 WHO, 빌게 이츠재단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오준 이사장은"
세이브더칠드런 오준 이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국제정 책학 석사를 마쳤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평화복지 대학원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전 UN대사이면서 UN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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