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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서울여성병원 송학래 원장 "힘 닿는 날까지 탄생의 순간 지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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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 닿는 날까지 탄생의 순간 지킬 겁니다 


더는 내려갈 곳 없을 것 같았던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난해 또 한 번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합계 출산율 0.84명으로 3년 연속 0명대를 기록한 가운데서도 최저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결혼식마저 대거 미뤄진 상황에서 올해 출산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년 넘게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해 온 검단서울여성병원 송학래 원장에게 이런 소식이 반가울 리 없다. 한 해 한 해 온 몸으로 체감하는 저출산율을 지켜보면서도 묵묵하고 신중하게 탄생의 순간을 맞이한다는 그에게서 어떤 숙연함이 느껴진다. 


글 최진희 기자 사진 손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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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롭고 감동적이었던 첫 출산의 기억 

산부인과는 전공의 지원이 저조한 대표적인 비인기과 중 하나다. 출산율이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는 지금 은 물론이지만, 송학래 원장이 레지던트 시절이던 2001 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출산율과 관계없이 인턴들이 산 부인과 지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의외로 의료 소송이 가 장 많은 과가 산부인과이기 때문이다. 


“분만은 외과에 속하는 수술이에요.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제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의사로서도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 요. 산부인과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높지만, 이러한 불 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 부담 법조항 때문에 산 부인과 전공 선택에 있어서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그런데도 송 원장이 산부인과 전문의를 택한 것은 인턴 시절 많은 과를 경험하면서 첫 탄생의 순간 느꼈던 신 기한 충격 때문이었다. 그 경험이 과를 선택할 때 긍정 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환자를 매일 접하는 게 의사의 숙명인데, 산부인과에서는 부인과 진료도 있지만, 무엇보다 환자(산모)와 함께 행복을 느끼는 일이 많 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송 원장은 2001년 산부인 과로 전공을 택한 후 21년째 탄생의 순간을 함께하 고 있다. 


“검단서울여성병원을 운영한 지는 10년이 됐습니다. 최근 도시에서조차 산부인과가 점점 줄어들면서 개 인병원들이 문을 닫는 곳이 많습니다. 다행히 이곳 검단지역은 신도시여서 젊은 부부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고, 지역에서는 꽤 입소문이 나서 한 달에 50여 명의 아기가 태어납니다.” 

송 원장은 산부인과들 중에서도 분만까지 할 수 있 는 병원이 적어지는 추세에서 검단서울여성병원에 서 만큼은 아기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산모의 마음 어루만져 주는 의사 

산부인과는 임신에서 출산까지는 보통 8~9개월 병 원에 다닌다. 난임일 경우는 최소 2년에서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산부인과 의사는 이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 관계를 형성하 는 게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요즘은 워낙 미디어가 발달하고 정보가 넘쳐나서 환자나 산모들이 먼저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내원 을 합니다. 제대로 알고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잘 못된 지식을 갖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사로서 가급적 어려운 의학 용어는 빼고 최대한 환자의 눈 높이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진료시간이 다소 길어지긴 해요. 하지만 그 사이에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송 원장은 특히 요즘에는 자연분만을 선호하는 산 모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피치 못한 상황에는 제 왕절개를 해야 하는데, 그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 다고.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산모들이 정기검 진을 올 때 현재의 몸 상태를 진단하는 것은 물론, 분만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상황, 꼭 필요한 진 료인지의 여부 등을 충분히 설명하는 편이다.

출산 과정은 아무리 순산이라고 해도 위험이 동반 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진단 장비들이 좋아서 사고는 거의 없다. 위험한 순간은 바로바로 캐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에서 첫 아이를 낳은 산모는 둘째도 꼭 우리 병원을 찾아옵니다. 더러는 멀리 이사하셨는 데도 둘째를 낳으러 여기까지 오시더라고요. 이미 아이들이 청소년이 된 분 중에 지나다 들르시기도 하고, 명절에 인사를 한다고 찾아오시는 부모님들 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새 생명 탄생의 순간 함 께 행복해했던 의리 같은 게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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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되는 한 아기 울음소리 계속 듣고파 

송 원장은 지금도 1년이면 500여 명의 아기들이 탄 생하는 그 순간을 마주한다. 

20년 전에는 태어나는 아기의 수가 훨씬 많았으니 그동안 그의 손으로 받아낸 아기는 기천 명, 아니 만 명이 훌쩍 넘을 것이다.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탄생의 순간은 없었다고 단언하는 송 원장은 그 중에서 난임을 극복하고 임신에 성공하여 분만까지 이뤄냈을 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라는 안도감과 함께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보통 3회 이상 유산이 되면 습관성 유산이라고 해요. 한 번은 난소 자궁내막증으로 난임을 겪는 환자가 병 원을 찾아왔어요. 문제가 있는 난임은 문제를 해결하 고 나면 임신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다행히 복강경 수 술을 한 후 6개월이 지나고 나서 임신이 됐어요. 그리고 출산까지 지켜보면서 얼마나 기뻤던지요.”  


체력이 받쳐줄 때까지 이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계 속 하고 싶다고 말하는 송 원장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의 애환이 있다. 산부인과 일이라는 게 시도 때도 없는 일이다 보니 20년 넘게 집에 들어가지 못한 날이 더 많 았다. 한 달에 20일 이상은 병원에 있어야 한다. 환자 의 아기는 잘 받아줬는데, 정작 자식들이 크는 과정을 함께하지 못하고 아빠를 항상 그리워하게 한 점이 무엇 보다 아쉽다고 말하는 그는 고맙게도 가족들이 자신의 일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격려해줘서 힘이 난다. 


“요즘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는 많이 다 릅니다. 결혼을 했다고 다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니고요. 출산율은 처참할 수준으로 낮아졌어요. 가뜩이나 비 인기과인 산부인과의 위상이 더 내려갈 일만 남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그런 이유로 최근 산부인과라 는 명칭을 여성들의 다양한 질환과 진료, 건강상담 등 을 위해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 니다.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지키는 산부인과의 인식이 좋아져 후배 의사들의 지원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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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래 원장은 

미래안산부인과 대표원장과 순천향대학병원 산부인과 외래교수를 거 쳐 현재 검단서울여성병원 대표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 학회, 대한산부인과 초음파학회, 대한태아의학회, 대한폐경학회 등의 정회원으로 활발한 학회 활동을 겸하고 있다.



                        미니인터뷰 

         산부인과 15년 경력 이정애 간호사


간호 경력만 30년이에요. 그중 산부인과 근무 경력만 15년이죠. 그 이전에는 종합병원 수술실 에서 15년간 근무하다 잠시 현장을 떠나 있었어요. 검단서울여성병원 송학래 원장님이 불러주 셔서 산부인과로 복귀하게 됐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모두 어려운 곳이예요. 종합병원 수술실이 어렵다는 건 말을 안 해도 알 것이고, 산부인과 역시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산모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매번 가슴 졸 여요. 경력이 오래됐다고 해서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산부인과는 종합병원의 수술실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저희 병원은 가족분만실을 운영하기 때문에 아기 아빠가 분만실에 함께 있어요. 아빠가 느끼는 불안감과 기대감, 감동의 순간 흘리는 눈물… 여러감정이 뒤섞이죠. 의외로 아기가 탯줄을 감고 있거나, 탯줄이 묶여 있는 위험한 상황도 많아요. 당황의 순간도 있지만, 요즘은 태동기를 달고 있고 장비들이 좋아져서 위험 상황을 바로바로 인지할 수 있어요. 산모와 함께 고비를 무사히 넘겼을 땐 어떤 전우애까지 느껴집니다.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를 하든 아기와 엄마가 건강하게 태어날 때까지 계속 부 

딪치고 케어하는 게 제 일이예요. 안전하게 분만했다고 그게 다가 아니에요. 산모와 아기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가 저의 일이고, 모든 일을 마쳤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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