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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이 흘러넘치는 세상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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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플로우 김상언 대표


포용이 흘러넘치는 세상을 

꿈꾸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움직일 수 없는 시장이 있다. 소수를 위한 보조공학기기 시장이 그렇다. 시장이 작으니 비싼 개발비용을 감내하고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첨단 기술이 무서울 정도로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기술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그늘이 존재한다. 

이 그늘을 치워버리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시각장애인용 보조공학기기를 개발하는 오버플로우는 수십 년간 큰 변화 없이 사용되어온 점자도구의 혁신을 이끈 데 이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시력자를 위한 화면 확대 실시간 중계 앱 개발에 성공하며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으면 수요 공급의 장벽을 넘을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글 임숙경 기자   사진 김성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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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기술의 혜택을 누리도록

“저희의 기술과 제품이 창출해내는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차고 넘쳐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흘러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버플로우 김상언 대표는 15년째 시각장애인 보조공학기기 외길을 걷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명을 오버플로우로 지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한계 때문에 정작 기술이 필요한 곳에 쓰이지 못하거나, 제품이 있다고 해도 비싼 가격 때문에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돕는 것이 김 대표가 2017년 회사를 창업한 이유다. 

김 대표가 시각장애인 보조기기 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2006년. 해외 영업을 담당하며 현장을 뛰어다닌 그는 누구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기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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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인의 필기 편의성을 대폭 높인 ‘버사슬레이트’. 종이가 필요 없어 간편하며,  필기 시간을 대폭 단축해 준다.>

 

 

“보조공학기기는 워낙 고가이다 보니 정부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작 필요할 때 바로 쓰지 못하거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사용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공부해야 하는 학생이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범용 플랫폼을 이용해 누구나 부담 없이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기기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김 대표가 창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치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던 그는 굳이 하이테크 기술이 아니더라도 적정기술이나 로 테크로도 충분히 사용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점자도구의 일대 혁신 ‘버사슬레이트’ 

김 대표가 첫 아이템으로 주목한 것은 점자도구였다. 회사에 다닐 당시 영업을 위해 맹아학교 교사, 복지관 담당자 등을 만나면서 오랫 동안 교육 현장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시각장애인이 필기를 위해 사용하는 기존 점자도구는 종이를 끼워서 맞추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뒤집어서 읽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런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언제든 원할 때 간편하게 필기할 수 있는 도구가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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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개발을 앞두고 김 대표가 고민한 것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이 기술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였다. 이 문제는 현장에서 이미 확인이 끝난 상태였다. 두 번째는 ‘문제를 해결할다른 솔루션은 없는가?’였다 물론 기존에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시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용이 불편한 2만 원대의 점자판이나 100 만 원 대의 점자타자기, 600만 원 가까이 하는 전자점자정보단말기다. 이 간극을 메워줄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제품이 필요했다. 마지막은 ‘이 문제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인가?’ 였다. 물론 점자도구 문제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이 공통으로 겪고 있었다. 특히 보조공학 기기 산업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에 대해 오버플로우가 내놓은 답이 바로 종이가 필요 없는 혁신적인 점자도구 ‘버사슬레이트(Versa Slate)’다. 플라스틱으로 된 핀을 눌러 점자를 만들고, 튀어나온 핀을 읽는 방식이다. 

종이를 끼울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필기 속도도 현격히 향상된다. 수학 문제 풀이의 경우 기존 대비 시간을 20%나 단축할 수 있다. 점자를 배우는 초보자가 활용하기에도 좋고, 점자 고급 사용자들의 경우 메모장으로 즉각 활용도 가능하다. 전자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전원이 필요 없는 것도 장점. 작고 가벼워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편리하다.

 

전국 맹아학교는 물론 전 세계 18개국에 수출 

2020년 5월 버사슬레이트가 세상에 나오기 까지 연구개발에 걸린 기간만 2년 반. 한번 누른 핀이 읽기 전까지 다시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데, 초기에 기구의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져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실력 있는 엔지니어에게 맡겨도 결국 해결을 못 하더군요. 제품이 세상에 나오지 못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꼭 나와야 하는 제품이라는 생각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었죠.”

2019년 3월 제대로 완성하지도 못한 시제품을 들고 나갔던 세계 최대 규모 장애인 보조 공학 전시회인 미국 ‘CSUN’에서 확인한 관람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김 대표 본인도 놀랄 정도였다.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필요한 제품이라는 확신에 김 대표는 개발의 고삐를 늦출 수가 없었다. 그러던 김 대표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대기업 퇴직 엔지니어를 매칭해주는 지원사업 덕분에 박현규 이사를 만나면서 기술개발에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결국 기술을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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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버사슬레이트는 국내 맹아학교 13곳 중 7곳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중도 실명자나 어르신들도 사용하고 있다. 1대당 가격이 10 만원 정도여서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해외 시장도 계속 넓혀나가고 있다. 코이카(KOICA) CTS Seed 1 사업에 선정되어 3억 원의 사업개발비를 지원받고 캄보디아 맹학교에 100대를 보급했다. 이것을 비롯해 이미 전 세계 18개국에 제품이 판매됐다. 특히 베트남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 시각장애인 보조기기를 취급하는 기업이 전무해 현지 장애인들에겐 버사슬레이트 같은 제품에 목이 마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향후 베트남 현지에 체험존을 구축하고, 구입에 부담을 갖는 사용자를 위해 렌탈 사업도 고려하고 있다. 신한퓨처스랩 베트남 시장 진출 사업, 코이카 CTS Seed 2, 서울창업허브 우수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토대로 베트남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현지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장문의 필기가 가능하도록 버사슬레이트 2∼3대를 연결한 모델도 마련해 놨다. 

장기적으로는 베트남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동남아 전초기지로서 삼을 계획도 갖고 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적극적으로 전시회에 참가해 제품을 홍보하려고 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지금은 샘플을 보내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정식 주문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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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 화면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화면 확대 앱 ‘플로이’.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실시간 화면 확대 앱 ‘플로이’ 

올 상반기 출시 

버사슬레이트의 해외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김 대표는 오버플로우의 두 번째 제품인 ‘플로이(Flowy)’의 올해 상반기 론칭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이 제품이야말로 진짜 혁신”이라는 김 대표의 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플로이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 중 85%에 해당하는 저시력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품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화면 확대 실시간 중계 앱’이다. 저시력자들의 경우 문서 등을 읽을 때 화면을 확대해야 하는데, 400만 원이 넘는 별도의 전용기기가 필요한 실정이다. 더욱이 학교 교실이나 강의실, 강연장, 콘퍼런스와 같은 곳에서 원거리에 있는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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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는 와이파이만 있으면 현장의 화면을 스마트폰이나 PC, 태블릿 등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iOS, 안드로이드, 맥, 윈도 등 범용기기 플랫폼 기반의 플로이는 독서 확대기와 화면 확대 소프트웨어, 음성 출력, OCR의 기능을 모두 하나에 담은 제품이다. 별도로 고가의 화면 확대 소프트웨어나 스크린리더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 줌의 경우 전체가 확대되어 정작 보고 싶은 곳을 못 보는 경우가 많지만, 원하는 곳을 찍으면 그 부분을 중심으로 화면이 확대되어 편리하다. 커피값 정도의 구독료로 누구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올해 상반기 안에 정식 출시 예정이지만, 시제품 사용자들로부터 벌써 열광적인 반응이 오고 있다며 김 대표는 반색했다. “피아노 조율사 한 분이 사용해봤더니 너무 좋다고 하시더군요. 저희가 만든 제품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없던 힘도 솟아납니다. 저희 제품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아무도 만들지 않는 제품을 현장이 원하는 수준까지 마음껏 만들려고 창업을 했습니다. 

시장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도 지금의 마음 그대로 타협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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