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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 박수복 화백 "야수의 혼을 품고 캔버스 위를 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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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 박수복 화백" 


야수의 혼을 품고 

캔버스 위를 날다 

“퍼해밍액션퍼포먼스” 흡사 그 모습은, 검은 호랑이가 흰 눈 위에서 춤을 추는 형상이다. 지난 세월의 슬픔. 그 어둠의 한을 삼킨 두 눈동자는 태양처럼 빛났고, 그의 몸짓은 허공을 가르며 춤을 춘다. 상처 입은 산하에 울려 퍼진 포효는 한 폭의 그림 위에서 아름다운 선을 놓아두는데. 클래식 선율을 타고 흐르는 몸짓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대한(大限)이 대한(大韓)으로 승화된 그곳은 ‘3·1절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간이고, 검은 호랑이처럼 순백의 캔버스 위를 날아다닌 건, 박수복 화백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를 두고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한다면, 한허리에 붓을 차고 그는 어디로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

글 이성주 기자 사진 <PEOPLE 365>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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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의 고장 충남 서산, 해인미술관을 찾다 

여의도에서 충남 해인미술관까지 거리는 왕복 300㎞ 남짓, 네다섯 시간을 오가는 길 위에서 우리는 한 예술가의 삶을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낯선 것과의 조우를 통해 인간의 이성은 시작한다.”라고 하이데거의 말을 인용했고, 또 다른 이는 “현상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라며 화가의 작품 속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담아놓았다. 인터뷰에 동행한 두 사람의 말 속에 담긴 뜻은 ‘예술가로서 자기혁명에 관한 이야기였다. 《PEOPLE 365》는 낯익은 것을 파괴함으로써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와 그러한 과정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은 한 예술가의 삶을 찾아 나섰다. 

지난 2019년 국내외 미술계는 한 사람의 횡보에 주목했다. 언론에 실린 기사 제목은 “미국 글로벌 이베이 고가 경매 전시, 벽을 넘어선 박수복 화백!”이었다. 세계 최대의 오픈마켓을 소유한 글로벌 이베이는 세계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예술가를 지원 육성하기 위해 미술품 경매 사이트를 운영한다. 하지만 작품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여 쉽게 그 문을 열 수 없고, 그런 이유로 작품 론칭만으로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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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작품이 이베이에 등록된 것은 박수복 화백이 4번째이고, 지난 2017년 故 배동신 화백의 작품이 17억 원에 낙찰된 지 2년 만이다. 그 당시 박수복 화백은 작품 2점을 8억 7천만 원에 선정 등록했고, 그 후 이베이는 경매 사이트에 ‘LUCAS PARK’ 이라는 아트 스토어를 별도로 개설했다. 최근 이베이에 등록된 그의 작품은 200억 대에 다다른다. 

안견의 고향, 대자연의 에너지로 캔버스에 영혼을 심다  

충남 서산 지곡면대요리. 드넓은 겨울 평야에는 철새 한 무리가 지친 날개를 접고 숨을 고른다. 눈 앞에 펼쳐진 산과 바다, 하늘과 땅이 해인미술관을 품고 있다. 타인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는 쓸쓸하고 텅빈 공간에 불과하겠지만, 박수복 화백의 시선에는 “자연의 순환 에너지를 통해 생명이 깃든 곳”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20년 전 해인미술관은 미래를 향해 그 문을 열었고, 이제 그곳을 찾은 낯선 이방인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다른 방문객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인터뷰어로서 기자는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드넓은 공간이 주는 아련함이고, 다른 하나는 박수복 화백의 소년성(少年性)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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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을 때 유튜브 영상에서 본 야수의 눈빛은 간데없고, 그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PEOPLE 365》를 맞이했다. 먼 길 찾아온 객들의 발품을 염려하고, 온기가 담긴 차를 내어주고, 안부를 묻는 그 틈에 다정다감함이 스며 있다. 인터뷰하는 동안 불의 성질이 아닌 물의 심성을 지닌 그 유순함에 더욱 놀랐다. 그래서일까. 그를 찾아 해인미술관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적지 않고, 그와 마주한 모양새가 모두 평온하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잠시 흘러와서, 한동안 머물다가 다시 제 갈 길을 찾아 어딘가로 떠나지요. 자연에 깃든 생명들은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제가 이곳에 뿌리를 내린 사연도 그런 인연 때문입니다. 특히 서산은 제가 존경하는 안견 선생님의 고향이기도 해서 더 아끼는 고장이기도 하지요.” 그는 얼마 전 안견기념사업회와 서산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안견 선생 흉상 제작을 위해 1천만 원을 후원했다.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최고의 산수 화가인 안견 선생을 기념하는 일에 선뜻 마음을 더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계획하는 어떤 일을 떠올리며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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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thology 20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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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thology 2020-54>

“예술가로서뿐만 아니라 안견 선생님의 삶과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어 존경받아야 합니다. 일본에 빼앗긴 ‘몽유도원도’는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되찾을 수 없는 작품보다 더 중요한 건, 안견 선생님의 예술혼을 이제라도 후대에 널리 알리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언젠가 메타버스의 과학기술을 응용하여 안견 선생님과 함께 세계를 투어하면서 퍼해밍아트를 추진할 생각입니다. 가상공간 속의 안견 선생님과 현실의 제가  

함께 만나서, 우리의 그림을 통해 세계인과 만나는 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퍼해밍액션 아티스트, 동서양의 벽을 넘다 

해인미술관은 크게 작품 전시공간과 화실 그리고 손님을 맞이하는 다실로 나누어졌는데. 넓은 창밖으로 드넓은 땅이 펼쳐졌고,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보인다. 화실 공간을 둘러보다가 천장에 매달린 등이 붉은빛이어서 그 이유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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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사물과 빛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새벽과 한낮에 그림을 그립니다. 때론 한밤에도 그리고 싶은 욕망을 멈출 수가 없어서, 일부러 화실의 전구를 빨간색으로 바꾸었지요. 저는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참선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순간은 지난밤의 어둠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면서 동시에 빛을 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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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에서 박수복 화백은 동양과 서양의 벽을 넘어 새로운 융합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퍼포먼스(performance)와 해프닝(happening)을 결합한 ‘퍼해밍아트’는 단 몇 분 만에 일필휘지로 그림을 그린다. 찰나의 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작품의 탄생 과정을 본 사람들은 그의 엄청난 예술혼에 압도당한다. 작품 과정을 지켜보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혼을 담아 예술을 심는다’고 느껴질 정도다.   

“서산에 뿌리를 내린 지 20년이 지났고, 그 가운데 10년을 수행자로서 살았습니다. 한 인간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길어야 백 년을 살다 가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틀에 갇혀 시간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 안팎에 존재하는 경계를 허무는 일. 그럼으로써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지요. 퍼해밍아트 역시 그런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저만의 몸짓이고 예술적 행위입니다.”

고착된 관념의 벽을 허무는 건. 파괴가 아닌 그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존재와 마주하는 과정이다. 음악가는 연주를 하지만 그는 화가로서 음률 속에 숨어 있는 예술적 혼을 그림 속에 심(心)는다. 붓을 들고 혼을 담아 숨어 있는 어떤 가치와 존재를 향한 그의 몸짓이, 그런 행위 속에서 내면의 자아는 또 다른 세계와 만나는 것이다. 그는 물아일체의 상태를 경험한 뒤 비로소 선한 에너지와 마주할 수 있었다. 이젠 그런 행위 자체가 예술적 가치로 인정받고 있는데. 그의 창의적 몸짓과 그 속의 예술혼을 발견한 건 세계의 한 석학이었다. 오스트리아 프로이트대학의 알프레드 프리츠 총장과의 만남은 귀한 인연이 되었고, 세계로 향한 문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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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2021-1>

“언젠가 알프레드 총장이 세종시와 MOU를 맺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습니다. 그는 귀국 전 시간을 내어 저를 찾아왔지요. 여러 작품을 둘러보던 중 ‘가이아라는 작품’ 앞에서 20여 분간을 꼼작하지 않고 감상하더니. 오스트리아에 귀국하면 초대장을 보내 준다고 하더군요. 얼마 뒤 알프레드 총장의 초대를 받았고, 세계적인 석학들의 학위수여식날 퍼해밍액션퍼포먼스와 강연, 전시 등을 열 수 있었지요. 재미난 것은 그렇게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알프레드 총장은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과 함께 호주머니에서 구겨지고 낡은 지폐 한 장을 제 손에 쥐여주더군요. 처음에는 당황했지요. 나중에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오스트리아의 오래된 전통인데. 그렇게 낡은 지폐를 건네받으면 그때부터 형제의 관계가 된다고 하더군요. 

 그 뒤 알프레드 총장은 오스트리아 로열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연결해 주었고, 당시 오스트리아의 여러 언론에 소개되었지요.”

박수복 화백의 작품이 처음부터 쉽게 글로벌 이베이에 론칭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여러 차례 노력했지만 이베이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려면 반드시 필요한 관문’이라 여기면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알프레드 총장과의 인연, 로열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그렇게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고, 결국 이베이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 것이다. 

팔 없는 가이아, 어머니의 혼을 심다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어요. 하지만 진정한 작가는 오늘을 사는 존재가 아니라, 혼을 담아 예술적 에너지를 이 세상에 남기고 떠나는 사람입니다. 제 영혼의 뿌리는 자연에 심겨 있고, 그 가지는 신화 속 가이아를 통해 성장합니다. 물론 성장의 바탕에는 어머니가 계시지요.”

그의 작품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 속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헌신’을 담고 있다. 가이아는 ‘만물의 어머니’이자, ‘신들의 어머니’로서 창조의 여신인데. 그 중심에는 박수복 화백의 모친이 자리하고 있다. 예술가로서 삶을 응원해 준 분도 어머니이고, 선한 작품 속에 담을 수 있는 에너지를 주신 분 또한 어머니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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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아의 외출 4>

“예술가 집안에서 한학을 배우신 어머니는 언제나 저를 아껴주셨지요. 열두 남매 가운데 막내인 저를 유독 아끼셨어요. 내리사랑이 크고 애틋하셨고, 언제나 제 말에 귀 기울여주신 분이에요.  먹고살기도 빠듯했던 그 시절에 일곱 살 아이가 품은 ‘화가의 꿈’ 을 누가 진지하게 받아들였겠어요.” 그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아버지는 그런 아이에게 ‘화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며 혼을 냈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혼나는 와중에도 일곱 살 꼬맹이는 마룻바닥에 떨어진 눈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어느 날은 그 당시에도 귀한 물감을 사서 고사리손 위에 놓아주셨고, 반대하는 아버지를 설득해 주신 분도 바로 어머니였다고 한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말할 수 없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는 ‘당신을 희생하여 자식을 키우는 존재‘입니다. 어머니는 생명을 창조하는 또 하나의 작은 우주라고 생각 해요. 아이를 낳으면서 당신의 몸을 떼어내는 것이지요. 저는 그런 어머님의 희생과 가치를 ‘팔 없는 가이아’라는 작품 속에 새겨 두었어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그 마음을 작품 속에 심어 놓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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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상 2021-3>

박수복 화백의 대작, ‘팔 없는 가이아’는 차가운 캔버스가 아닌 나무에 화각된 작품이다.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시골 어느 집, 나무로 된 부엌문에 가이아를 심어놓은 독창적인 작품을 세계가 주목하고 인정한 것이다. 한 땀 한 땀 새겨진 작품 속에는 어머니를 향한 애틋함이 놓여 있고,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우주와 자연의 신비를 경험한다. 그 경험 속에 영원히 사그라들지 않은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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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아의 외출 7> 

서너 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여의도로 향하는 길. “진정한 작가라면 각각의 작품은 지금까지의 성취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이고, 시작이어야 한다. 작가는 언제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실패를 거울삼아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이다.”라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이 떠올랐다. 그의 문장 곁에 ‘박수복’이라는 이름을 놓아두었다. 그러고는 밑줄 그은 이름 곁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오늘날 젊고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터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진정한 화가는 희소한 존재다. 나는 오늘, 그런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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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말경제문화교류협회 창립 기념행사축하 퍼포먼스를 마친후 말레이시아 현 관광예술

     문화부 홍보대사 이진복백작내외(우2인)와 협회의 이정식이사장, 박복주총괄대표(좌)와

     함께한 박수복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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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복 화백은 2023년 2월 안견기념사업회 제3대 이사장에 취임하였으며,  지난 2019년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 마켓인 미국 글로벌 이베이에 『LUCAS PARK 아트스토어』를 개설하여 200억 규모의 작품을 론칭했다. 2017년 故 배동신 화백의 작품 이후 2년 만이며, 국내에서는 

4번째이다. 예술의 고장인 체코 브르노국립예술대학과 오스트리아 프로이트대학 등 국내외에서 수백 회 이상 전시를 개최했고, 세계 최초로 ‘퍼해밍액션퍼포먼스’를 선보여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있다. 특히 3·1절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작품 전시와 퍼포먼스를 통해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여 극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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